우울한 크리스마스
우울한 크리스마스
시각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호세 휄리시아노(Jose Feliciano)는 1945년 푸에르토리코의 라레스에서 12남매 중 하나로 태어났다. 선천적인 녹내장(congenital glaucoma) 때문에 그는 평생 시각장애자로 살아야 했다.
호세의 나이 다섯살 때 가족들은 뉴욕 스페니쉬 할렘으로 이사했다. 조부로부터 선물받은 기타는 어린 호세의 장난감이자 영혼속에 깊이 잠재되어 있었던 음악적 끼를 발산하는 통로가 되었다. 기타의 매력에 빠져 하루에 14시간씩 맹훈련을 거듭했다. 앞을 못보는 절망감을 떨쳐 버리려 안드레스 세고비아의 클래식과 재즈, 롹 음악 앨범을 들으며 그의 음악 세계를 넓혀갔다. ‘케세라’ (Que Sera), ‘레인’ (Rain), ‘까미노 베르데’ (Camino Verde) 등은 그의 대표적인 명곡들이다. ‘집시’ (The Gypsy)를 라틴 클래식 기타로 치며 부를 땐, 현존하는 라틴 클래식 기타의 신으로 불리는 빠꼬 데 루시아(Paco de Lucia)와 견줘 결코 뒤지지 않을만한 현란한 솜씨로 연주한다. 1964년 1집 앨범을 발표한 이래 47년간 무려 50여장이 넘는 앨범을 발표했다. 그래미상만 9번 수상했고 50만장 이상 판매한 앨범도 45개에 달한다. 2011년 미국 최고의 대중음악상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추수감사절이 끝나자 마자 굿스푼의 도시빈민 선교 현장에서 곧바로 부르기 시작한 캐롤이 호세 휄리시아노의 ‘휄리스 나비닫’ (Feliz Navidad)이다. 셜링턴의 찬양 사역자 리카르도와 호세도 검은 선글라스를 폼나게 쓰고서 “휄리스 나비닫, 쁘로스뻬로 아뇨 이 휄리스, 즐거운 성탄과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며 경쾌한 리듬에 맞춰 소리 높여 부른다. 흥겨운 리듬에 신이난 라티노 형제들이 어깨 춤을 추며 즐거이 따라 부른다.
최근 제과점 주방에서 있었던 끔찍한 일 때문에 박집사는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있다. 엘 살바도르에서 올라온 리고베르또(23세)는 미국에 갓 도착한 신참내기 주방 헬퍼다. 지난 주 금요일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캔 푸드를 열다가 칼끝처럼 뾰족하게 날이 선 겉뚜껑에 오른 손목을 깊게 찔렸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 치료를 받았지만 인대의 절반이 끊어져 수술을 받아야만 한다.
순식간에 벌어진 작은 부주의는 삽시간에 주방 바닥을 빨간 피로 가득 물들게했다. 선혈이 낭자했던 끔찍한 장면이 자꾸 떠올라 잘 먹지도 못하고, 잠도 설쳐 그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이 기진맥진해 보였다.
중.남미 가난한 농촌에서 부모의 농사일을 거들다 무작정 미국으로 올라온 라티노 청소년들은 특별한 전문 지식이나, 기술, 경험이 일천하다. 가족들에게 송금 해야 하기에 노동시장에 나왔지만 생소한 작업장에서 경험과 주의 부족으로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기가 일상이다. 수술 후 병상에 누워있는 리고베르또에게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위로와 축복이 가득하길 기대한다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