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 스프
도시빈민들을 더욱 힘겹게 하는 세밑 겨울에 ,오브리 데이비스(Aubrey Davis) 의 동화 ‘단추 수프(bone button borscht)’로 따뜻하게 위로하고 싶다. 어느해 겨울 깜깜한 밤에 행색이 초라한 거지가 마을에 들어섰다. 밤은 깊고 날은 추운데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거지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이 지쳐있었다. 마을 이곳 저곳을 찾아 다니며 허기를 채울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동정심을 구해 보았지만 가난한 마을엔 그 누구도 그에게 나누어 줄 음식이 없었다.
혹시 교회에 가보면 요기할 것을 줄지 모른다는 말에 교회문을 두드렸지만 교회도 어렵기는 매일반이었다. 큰 그릇에 물을 가득 담아 장작 불위에 올려달라는 거지의 요청에 예배당지기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순응했다. 거지는 자신의 외투에 달린 커다란 단추 5개를 잘라 물속에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단추로 수프를
끓인다는 소문을 듣고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교회로 몰려 왔다. 이윽고 펄펄 끓는 수프를 국자로 떠서 맛을 본 거지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온다. “햐아~ 맛이 점점 들어가긴 하는데, 여기에 야채 몇가지만 더 넣으면 정말 맛있는 수프가 될텐데….”
궁금하게 지켜보던 마을 사람 중 몇몇이 집으로 가서 자기 집에 있던 당근을, 채소를, 다른 식재료들을 가지고 와서 끓는 국솥에 넣었다.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수프는 정말 환상적일 만큼 맛있게 만들어졌다. 거지는 마을 사람들과 맛있게 나누어 먹고 낡은 외투깃을 여민채 떠났다. 그일이 있고난 후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도우며 행복하게 살았다.
단추와 함께 끓여진 ‘협력(cooperation)’이란 푸성귀들이 가난한 마을 사람들을 살렸다. 그 일이 있고나서도 그곳은 여전히 가난하고 힘든 일상이 계속되었지만
‘단추 수프’를 통해 소중한 지혜를 얻었다. ‘베풀고, 나누면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커다란 깨우침을. 세상엔 나누지 못할 만큼 가난한 사람도, 나누지 못할 만큼 작은 것도 없다. 한사람, 한사람 떼어서 생각하면 아무것도 가진게 없고 나눌것이 없어 보이지만, 각자가 가진 작은 것을 합치면 맛있는 ‘단추 수프’처럼 모두를 위로하는 큰 힘이되고 기적을 이룰 수 있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서 나누어 줄 것이 없다”고 말하면 안될 것 같다. 동화속 마을 사람들이 내놓은 보잘것 없는 야채와 단추들이 커다란 국솥에서 어우러지며 맛있는 수프로 끓게함같이, 가진 것의 작은 부스러기만 내 놓아도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은 가난한 이웃들이 뭔가를 요청하는 손을 내밀 때 그 요청에 응답하여 내가 가진 작은것을 함께 나누는 사랑의 절기다. ‘긍휼’이라는 커다란 국솥에 ‘관심’이라는 단추와 ‘나눔’이라는 채소와 ‘정’이란 향신료를 풍성히 넣은 국사발을 한그릇씩 나누고 싶다. ▷도시빈민선교 참여 문의: 703-622-2559, www.goodspo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