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따뜻한 안경사
라티노들은 선천적으로 눈이 좋은가. 도시선교 현장에서 십수년 동안 만났던 대다수의 라티노들 중 안경 쓴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간혹 실명한 한쪽 눈을 감추려고 짙은 썬글래스를 쓴 서너명을 만날을 뿐 정말 희소하다. 나안 시력이 좋다고 한다면 저들의 식생활에 특이점이 있지는 않을까. 눈 건강에 특별히 좋은 라틴 음식, 열대 과일은 무엇일까. 혹시 노동 시장에서 만났던 대부분의 라티노들이 젊은 노동자들이라 상대적으로 안경을 쓰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혹시 저들도 한인들처럼 분명 눈이 침침하고, 안압이 높고, 백내장, 녹내장의 문제가 있으면서도 궁색한 처지에 검안을 못하고 안경을 맞춰 시력 교정을 하기가 힘들어 방치한채로 배회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궁금했다.
애난데일에서 불란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한만수씨는 도시빈민들을 위해 사업장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무료 검안, 무료 안경 제작을 부탁하는 굿스푼의 청탁 전화를 받는 그의 대답은 언제나 시원스럽다. “예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 “오셔서 검안하시고 마음에 드는 안경테를 고르시면 안경 장인의 정성과 사랑으로 잘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빈민들의 어둡고 답답했던 눈을 환하게 밝히는 안경을 선물하며 즐거워 한다.
높은 안압으로 인해 두통이 심하고 시력 상실이 우려되는 페루 출신 길례르모씨에게 안경을 선물했다. 녹내장으로 실명했고 그로 인해 젊은 나이에 소천했던 그의 모친을 닮아 그에게도 녹내장 증세가 있음을 알게되면서 그는 오랫동안 근심에 눌려있었다. 몇 달째 일자리까지 구하지 못해 호구지책이 어려울 때 한씨의 따뜻한 정성으로 만들어진 안경을 선물로 받고 삶의 의욕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얼마전 한씨의 사업장에 흑인 언어 장애인 단테 케스(Dante Kess)씨가 들어섰다. 단테씨는 볼티모어 다운타운의 저소득층 정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치즈 펙토리에서 허드렛일을 했었다. 의사소통이 신통치 않은 그에게 직장 동료들은 심하게 괴롭혔고 끝내는 거리로 내몰았다. 굿스푼 무료 급식소에서 끼니를 때우며 연명하고 있던 그는 천성이 착하고 글 읽는 것을 좋아했다. 시력이 급격히 떨어져 독서와 보행이 어려웠을 때 한씨를 만났다. 멋진 뿔테 안경을 선사받은 단테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깃들었고 더듬거리는 말소리엔 기쁨과 감사가 담겼다
에드워드 김씨(67세)씨는 70년대 중반에 미국에 왔고 열심히 일해 아메리카 드림을 이뤘던 성공한 이민자였었다. 외아들이 죽고 오랜 도박 중독, 이어진 삶의 우여곡절 그리고 끝내 홈리스로 전락하여 거리를 전전했다.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그가 지팡이를 잡고 불란서 안경점을 찾았을 때도 한씨는 친절하게 맞이했고 정성껏 안경을 만들어 선물했다. 한씨는 밝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일을 제일 잘하고 또 즐거워하는 가슴이 따뜻한 안경 달인이다. 재능을 통해 불우한 이웃들에게 환한 비젼을 회복 시키고 또 삶의 소망을 나누는 일을 하게 되어 도리어 기쁘다는 그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사랑 나눔을 실천해 나가려고 한다.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